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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한국인이 등장하는 영미 고전 소설이 있을까?

by 라이프업트렌드 2025.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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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mageFX

한국인이 등장하는 영미 고전 소설이 있을까

영미권의 고전 소설이라 하면 보통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출간되어 문학적 가치와 영향력을 인정받은 작품을 말한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고전 소설 속에는 주로 백인 중심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아시아인 등장 자체가 드문 편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인 캐릭터는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당시 서구 사회의 인식, 문화적 거리감, 식민주의적 관점 등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20세기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점차 한국 또는 한국계 인물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하며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엄격한 의미의 ‘고전’으로 분류되는 작품에서 한국인이 실제로 등장한 사례는 존재할까? 본문에서는 그 가능성과 사례, 그리고 그 의미를 함께 살펴보자.

 

  1. 전통적인 고전 소설에서는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아시아인이 등장하는 경우도 대부분 일본인이나 중국인 캐릭터다.
  2. 20세기 중후반 이후 현대문학의 경계에 있는 작품에서는 한국 또는 한국계 인물이 간헐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3. 한국인의 등장이 아니라, 한국 전쟁이나 한국 사회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일부 존재하며, 이 역시 서구 시각에서 그려진 경우가 많다.

 

전통적 영미 고전 소설에 한국인이 드문 이유

19세기와 20세기 초 영미 문학의 주류는 백인 남성 중심의 사회와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당시 미국이나 영국 사회에서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의 인지도가 매우 낮았고, 한국인은 이민자나 정치적 이슈의 주체로 인식되지 못했다. 아시아인 캐릭터가 등장하더라도 대부분 ‘이국적인 배경’이나 ‘타자화된 인물’로 제한되었으며,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그 대표적 사례였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고전 소설에서는 한국인이 등장하거나,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를 찾기 매우 어렵다. 당시는 제국주의, 인종주의, 그리고 서구 중심의 사고방식이 문학에도 그대로 반영된 시대였기 때문에, 한국인 캐릭터의 부재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한 문화적 차이를 넘어선 구조적 배제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인이 언급되거나 배경으로 등장하는 고전 사례

비록 명확한 ‘등장인물’로서의 한국인은 찾기 어렵지만, 한국 전쟁이나 한국 관련 역사적 배경이 등장하는 고전급 문학 작품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노먼 메일러의 『The Naked and the Dead』(1948) 이후에 이어진 전쟁 문학들 중, 한국 전쟁을 다룬 제임스 A. 미치너의 『The Bridges at Toko-Ri』(1953)가 있다. 이 작품은 한국 전쟁 당시 미군 조종사의 이야기를 다룬 중편 소설로, 한국이라는 배경이 중심에 등장한다. 물론 이 소설도 서구의 시각에서 한국을 묘사하고 있으며, 한국인은 조연 내지는 배경 인물로만 다뤄진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례는 해밍웨이의 후기 작품 중 일부에서 ‘한국 전쟁 참전 용사’라는 설정이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경우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은 문학에서 배경 요소로서 존재하지만, 독립적인 캐릭터로서의 등장은 여전히 드물다.

 

한국계 인물이 등장한 현대 고전급 작품

1950년대 이후 이민 문학의 성장과 함께 한국계 인물이 중심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늘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고전이라기보다는 현대 고전 혹은 ‘문학적 영향력이 큰 현대 작품’으로 볼 수 있는 범주다. 대표적으로 창작 초기부터 한국계 캐릭터를 포함시킨 영미 작가로는 크리스틴 헐슨(Christine H. Sohn),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등이 있다. 또한 최근에는 민진 리(Min Jin Lee)의 『Pachinko』와 같은 작품이 한국인의 정체성과 디아스포라적 삶을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TV 시리즈로도 제작되며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처럼 현대문학에서는 한국계 인물이 서사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문화적 배경도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고전의 정의 자체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결론

엄격한 의미에서의 영미 고전 소설 속에는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거나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당시 서구 사회의 문화적, 정치적 배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특히 20세기 중후반 이후부터는 한국 또는 한국계 인물이 문학 속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배경으로서 한국이 언급되거나, 한국 전쟁이 소재로 활용된 작품들도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인의 삶을 중심으로 한 서사가 문학적 가치와 대중적 호응을 동시에 얻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고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한국인 캐릭터도, 현대 문학에서 점차 그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의 고전이 될 작품들 속에는 더욱 다양한 한국인의 이야기가 등장할 것이며, 이는 세계 문학 속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더욱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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