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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지구를 살리자! : 유럽의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 운동

by 라이프업트렌드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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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mageFX

지구를 살리자! 유럽의 수리할 권리 운동 개요

전자제품의 수명이 짧아지고, 고장이 나면 수리보다 교체가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 운동은 중요한 사회적·환경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운동은 소비자에게 제품 수리의 자유와 선택권을 보장하고, 제조사에게는 수리 용이성, 부품 제공, 설명서 공개를 요구하는 움직임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이 운동이 정책화되어 법제화 단계에 이르렀으며,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IT기기, 심지어 농기계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제품을 쉽게 수리할 수 없다면 고장 난 제품은 버려지고, 이는 전자 폐기물(E-waste)의 급증으로 이어진다. 유럽연합은 이를 막기 위해 제품 설계 단계부터 수리가 가능한 구조로 만들도록 제조사에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원 순환 경제를 촉진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비자 권리 확대, 환경 보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수리할 권리' 운동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도적 변화의 물결이다.

 

  1. ‘수리할 권리’는 제품 수리의 자유와 제조사의 책임을 요구하는 글로벌 운동이다.
  2. 유럽에서는 이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고, 제품 설계에 수리 용이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3. 이 운동은 자원 절약, 폐기물 감소, 소비자 권리 강화라는 세 가지 가치를 실현한다.

 

유럽연합의 수리할 권리 법제화 흐름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수리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입법 작업에 돌입했다. 대표적으로 시행된 것이 에코디자인 규제이다. 이 규제는 세탁기, 냉장고, 텔레비전 등 주요 가전제품에 대해 수리용 부품을 최소 7~10년 이상 제공하고, 일반 소비자 또는 제3자 수리업체도 이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제품에 사용된 부품의 구조를 간단하게 하고, 전문 도구 없이도 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일방적으로 제조사에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제품 개발을 통해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일부 유럽 기업은 자사 홈페이지에 수리 매뉴얼과 부품 리스트를 공개하고 있으며, DIY 키트를 판매하기도 한다. 프랑스는 이보다 앞서 ‘수리 지수(Repairability Index)’를 도입하여,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수리 가능성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유럽연합은 법적, 제도적 기반을 통해 수리 문화의 일상화를 추구하고 있다.

 

수리할 권리 운동이 불러온 사회적 변화

수리할 권리 운동은 단순히 소비자 권리를 확대하는 것을 넘어, 환경과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첫째, 전자폐기물의 감소이다. 고장 난 제품을 버리는 대신 수리하여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유럽 내 전자폐기물 배출량이 점차 줄고 있다. 이는 곧 매립지 부담 감소, 유해물질 유출 감소로 이어지며 환경 오염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둘째는 지역 경제 활성화이다. 수리업체, 기술자, DIY 창작자 등 다양한 직종이 수리 경제에 참여함으로써 지역 기반의 순환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와 독일에서는 커뮤니티 기반의 수리 카페(Repair Café)가 확산되어, 주민들이 함께 모여 물건을 고치며 기술을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접점은 공동체 연대감을 높이고, 기술 공유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기업의 대응과 수리 기술 생태계의 확대

수리할 권리 운동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일부 대형 제조사들은 초기에 수리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려 했으나, 정책 변화와 소비자 요구에 따라 수리 생태계와의 협력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애플이 미국과 유럽에서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공식 부품과 도구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삼성과 LG 역시 유사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독립 수리업체와 오픈소스 수리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iFixit과 같은 플랫폼은 제품별 수리 난이도, 매뉴얼, 부품 정보를 공유하며 전 세계 수리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 관리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킨다. 또한, 새로운 직업군으로서 ‘수리 디자이너’, ‘순환경제 컨설턴트’ 등이 등장하면서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결론

'수리할 권리' 운동은 단순히 고장 난 물건을 고치는 문제를 넘어서, 소비자 권리, 환경 보호, 경제 구조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복합적 가치를 아우르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이 운동이 법제화되고 실질적인 정책으로 반영되면서, 제조업과 소비문화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수리의 자유는 자원 절약과 탄소 중립 사회를 위한 핵심 열쇠로 작용하고 있으며, 점차 더 많은 국가와 산업이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권리를 더욱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수리 기술의 교육, 부품 유통망의 정비, 소비자 인식 개선, 제조사의 협력 강화 등이 모두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우리가 물건을 고쳐 쓰는 선택은 단순한 경제적 판단을 넘어, 지구를 살리는 실천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수리할 권리를 지키는 것은 곧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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